장식품, 가구, 악세사리를 위주로 전시해놓은 V&A Museum.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다.
지난주 목요일에 레지오 가기전 잠시 들렸다가 패션 전시회를 보게 되었다.
1970-80 의 패션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는.
옛날 옷들이 촌스러워 보이지 않고 탐나는 것은 왜일까.
패션의 유행이 돌고 돌듯이 우리 인간살이도 돌고 도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어릴때부터 어른들을 공경하라, 효도하라,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잘해라
하고 배우나보다. 인생을 돌고 돌아서 내가 어린 이유는 늙은이들을 위한것이고
늙은이들은 또 이 어린이들을 위해 공존하는 듯 하다.
우리가 어릴때 배푸는 것들이 나중에 늙었을때 다시 돌려받게되는 그런 cycle ... ?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에 계실 때 매주 일요일마다 당신들 집에서 저녁을 준비했다.
큰아버지, 둘째큰아버지, 우리집 모두 합쳐 15명 식구가 함께 식사를 하곤했다.
일요일 일찍 가게되는 날이면 할아버지와 함께 관악산에 등산도 가고
동네 산책도 하고 놀이터도 가고 참 추억이 많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교육자로 사셔서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셨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평생을 희생하신 분이다.
봄에는 산에서 그네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에서 물을 떠 집에 돌아가고,
곤충들을 잡아 할아버지랑 함께 곤충체집도 하였다.
가을이면 나뭇잎들을 모아 달력 뒤면에 붙혀가며 여러가지 나뭇잎 모양을 공부하고,
겨울이면 눈사람도 만들고 함께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품들을 만들기도 했다.
내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수록 할아버지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나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의 고사리같은 작은 손들을 보면 할아버지가 만져준
내 작은 손을 상상하게 되고.
내가 참을성없이 아이들에게 찡그린 표정을 지을때마다
나는 할아버지의 찌푸린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부끄러워지고.
일요일에 다들 집으로 돌아갈때 아파트 베란다 위에서 말없이 손을 휘저으시며 배웅해주시는 모습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릴때도 많다.
어린마음에 장난스럽게 뒤를 돌아보며 몇번이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곤 했었는데.
뉴질랜드에 이민을 간다고 마지막 인사를 할때에도 할아버지 또 훠이훠이 손을 흔들어 주셨었다. 항상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우리를 말없이 지켜주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cycle 을 믿는편이다.
어쩌면 아주 굳게 믿는지도 모르겠다.
gap (틈) 이라고 표현이 나올때도 있고.
사람살이는 돌고 돌아서 시대가 지나도 돌아올 것은 돌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어쩌면 이 무섭고도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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